DAZ(De-Architecuralized Zone)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우리나라 특유의 공간적 상황을 나타내는 키워드 DMZ (De-Militarized Zone)와 같은 꼴을 띰으로써, 우리가 글로벌리즘 시대에서 실천하는 건축작업의 터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정치성을 분명히 드러낸다. DMZ는 적대적 관계의 군사적 긴장에 의해 존재하듯 DAZ 또한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의 건축적 긴장을 분명히 의식한다. 여기서 글로벌리즘은 Architecture 곧 대문자로서의 건축이라는 서구건축의 전통을, 그리고 로컬리즘은 건축이라는 말조차 갖지 않은 채 다만 거주의 집이라는 관념으로 지냈던 우리의 지난 역사 그리고 강제적 현대화의 이식 이후 오늘날까지 서구건축의 그림자로 존재해 온 우리의 현금의 역사를 지칭한다.

대립되는 힘들간의 균형을 이루는 접점이 제로파워 곧 DMZ(탈무장지대)를 형성하듯, DMZ는 글로벌리즘도 로컬리즘도 아닌, 그 둘의 긴장이 역학적으로 무화되는 사이 존재 즉 건축의 Zero Degree를 시사한다. 이로써 DAZ는 그야말로 지구에서 유일한 자유와 평화의 땅인 DMZ가 그러하듯 지배적 계기가 소멸된 온전한 생명의 거주지를 지향한다. 개념적으로는 중도다. 가운데 길 곧 역학 제로지점이야말로 무한에 이르는 길이듯 DAZ는 모든 것의 균형 이룸을 통해 그 모든 것을 가볍게 넘어서는 인간기술의 궁극상태를 나타낸다. 삶의 온갖 힘들이 이루는 긴장의 절묘한 균형을 통해 외삽적 외력이 무화되고 그로써 내발적 생명력이 터져 나오는 지대야말로, 우리가 이상으로 삼는 이카루스의 태양이다.

DAZ(De-Architecturalized Zone)는 또한 건축해체 지대로서 유목성(nomadism)과 유동성(flux and flow) 곧 de-temitorialization에 접어든 현대성이라는 우리의 삶의 조건을 긍정하고 부단한 창조의 항상적 조건인 de-construction을 수긍한다. 우리 터에 자리잡는 우리 건축은 우리의삶과 유리되지 않는 구조물이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하에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서구건축은 우리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기대어 그것을 부정함으로써 우리 삶을 이루는 글로벌리즘의 필연적 조건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을 또한 직시하며, 서구건축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형식과 욕망을 거침없이 해체하여, 우리의 삶을 구조짓는 조건들에 대응할 재구축 요소로 적극 수용한다. 그리고서, 우리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정치와 문화적 상황에 대응하면서도 좀 더 나은 우리의 삶을 꿈꾸는 욕망과 접선시킨수 있을 기하학, 재료(물질), 공간, 그리고 시학을, 선형적 벡터를 제거시킨 서구 현대건축사에서 찾아내어 우리의 감각과 직관으로 재구성하려고 애쓸 것이다. 이로써 우리가 비건축, 탈건축, 건축해체 지대를 뜻하는 DAZ라는 이름을 내세워 궁극적으로 희망하는 것은, 유목성과 유동성을 포함한 현대성 또한 해체의 대상으로 삼아 그것을 우리의 삶에 조건에 맞추어 재구축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주권에 따라 끊임없이 건축을 해방함과 동시에 건축을 다시 세우는 영원한 건축 중립지대를 유지하는 것이다.